

이 움직임은 수많은 작품들이 온라인부터 오프라인의 지면들까지 부지런히 타고 흐르지만 저에게 충분히 작업들이 감상되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가기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에서 비롯해 저 자신의 관객으로서의 경험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전시를 포함해 공연, 책, 영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장르, 플랫폼으로 컨텐츠들을 감상하기 때문에 시각예술 관객으로서 뿐만 아니라 독자, 시청자로서의 중첩된 감상소비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고르고 곱씹고> 의 지하극장 공간 전시에서는 마치 감상기록자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처럼 어두운 공간 안에 두서없이 얘기하는 감상자의 목소리와 손짓들이 계속 재생되고, 미로같은 테이블들 위에 감상자의 기록이 늘여놓아진 형태를 상상하며 구성했습니다.
영상 속에서의 감상기록자는 무언가를 먹거나 씹으면서 이야기합니다. 발화의 내용이 단정치 못하고 두서없으며 때로는 귓속말을 하듯 속삭입니다. 작품의 정보들이 쉽게 누락되거나 확대 해석되곤 해 전문적인 감상이라기보다 그의 경험과 입맛에 맞게 굴절된 이야기들을 오히려 듣게 됩니다. 때로는 같은 작품이어도 드로잉 장수가 늘어나고 말도 길어지는데 이에 따라 이것이 어떤 의미구조인지 자기만의 정답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1층 오시선 공간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본 컨텐츠들에 대한 감상을 늘여놓았습니다. 액정을 통해 ASMR부터 콘서트 실황, 영화까지 온라인을 통해 부지런히 감상했었고 더 나아가 현장의 전시들을 SNS로 소식을 더 빨리, 쉽게 접하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제 망막에 어떤 것들이 맺히는지 컨텐츠들의 형상을 크로키로 떠낸 기록들을 CCTV룸을 상상하며 1층 공간을 구성했고 한켠에 해당 컨텐츠들의 원본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본래 오시선 사무실 공간에서 쓰는 모니터책상을 노출시켰습니다.
'오시선'과 '지하출판소'와의 협업
오시선은 개포동에 있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 사무실이자 전시공간입니다.(현재는 성수동으로 이전했습니다) 전시관람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경향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며 온라인 플랫폼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을 이원화시켜 운영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지하출판소는 관람자의 미적 경험을 연구하는 독립출판소입니다. 지하출판소는 관람자들이 전시에 대한 첫인상을 홍보를 통해 먼저 접한다고 생각해 1달동안 전시기획의 끈을 온라인 홍보 컨텐츠로 풀어가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두 주체들의 도움과 기획으로 이루어진 시간이었습니다.


